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3

마음에 허물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

헤세드다 2018. 2. 8. 16:33




--마음에 허물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


태어나 평생을 발 붙여 살아온 고향 땅 대구, 경북

전형적인 보리문댕이로 살아왔지만

이곳은 언제부터인가 낯설고 갈수록 이질감 깊어져

이제는 철저히 몹쓸 이방인(異邦人)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늘 살갑게 인사하던 사람들

자주 어울리며 술잔을 기울이고

수시로 함께 대화하고 식사를 하던 이웃사촌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거의 대다수는

정치(政治) 이슈(issue)에 관한 한

이들과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괴상한 별종(別種)으로 치부된다.


()는 그름과 부정이오

()는 바름과 긍정이니

그리하여

좌파는 빨갱이고 우파는 애국자며

진보(進步)는 섣부름이고 보수(保守)는 신중함이며

개혁은 파괴이고 유지(維持)는 안정(安定)이라 확신하니

그래서 나는 이들의 희한한 잣대로 인해

온몸에 빨갱이며 섣부르고 파괴자란 주홍글씨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다.


그러면 과연 지금 이 시대 우파라 보수라 자처하며 핏대를 세우는 자들

그리고 조금의 여과 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은

모두 애국자이며 신중하고 안정만을 꾀해왔을까?

옳고 그름에 대해 냉철한 따짐도 없고 전, 후 과정도 필요 없으며

논리적, 합리적이지도 않고 그 흔한 개똥철학도 어떤 근거도 없다.

오로지 ‘내가 싫으니 싫다’는 흑백논리로 일관하며

무조건 반대하는 반대 아닌 반대의 목소리만 높이지만

정작 주어지는 혜택은 한마디 말없이 잘도 집어삼킨다.


걸핏하면 국가나 국민을 들먹이며 흑색선전에 혈안이 된 선동자(煽動者)들은

애초부터 국가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일신(一身)의 안위와 개인의 영달 그리고 무책임만 존재할 뿐이니

그들은 궤변과 인기몰이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사이비 교주(敎主) 같고

이들의 언행을 당연시, 영웅시하며 거품 물고 따르는 신도(信徒) 같은 이들은

그저 맹목과 맹신 아집과 권위주의로 단단히 굳어져

대화와 타협과 상생의 마음은 조금의 틈이 없는 쇳덩이로 변했으니

차라리 벽을 마주보고 얘기하는 것이 더 나으리라


그래서 근본을 돌아보았다.

아버지는 6.25 전쟁 시 백마고지에서 목숨 걸고 인민군과 싸웠고

우리 일곱 형제는

나를 포함한 5명은 육군 병장 출신이고 둘은 일병 출신으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모두 마쳤다.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만약 만약에 북한이든 어느 나라이건 이 땅을 넘본다면

누구보다 먼저 총을 들고 없으면 맨몸이라도 최전선 나아가

목숨을 바쳐 이 금수강산을 끝까지 지키고야 말리라

또 한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이 되어 분담금(分擔金)이 필요로 한다면

지금껏 피땀으로 일궈놓은 모든 것의 절반을 기꺼이 내어놓으리라


탈권위주의와 갑질 없는 사회 그래서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하며 지극히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지향하니

이래서 내가 일명(一名) 좌빨이며 공산주의 추종자(追從者)란 말인가?


도대체

()는 무엇이며 우()는 무엇인가?

나는 좌()도 우()도 아닌 대한민국의 평범한 민초의 한 명일뿐이다.

() 없는 우()가 어디 있고

() 없는 좌()가 어떻게 존재할 수가 있는가?

새가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듯이

본시 좌우란 동전의 양면과 같은 한 몸이며 나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제 흐르던 진보(進步)의 강물도

오늘 소용돌이에 갇혀 머물면 보수(保守)가 되고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물이나 역사처럼

오늘은 머물 것 같은 맴돌이 보수로 있다가 흘러가면 진보가 되니

흐르는 강물을 두 손으로 떠서 살펴보라

손 안의 어느 물이 진보인지 보수인지를 가릴 수가 있단 말인가?


본시 좌()도 우()도 없고 언제나 미소로 잘 어우러진 세상을

터무니없는 이념과 지역주의를 들먹이며

억지스레 좌우(左右) 편가르기에 목숨을 거는 자들은

갖은 거짓과 기망(欺罔)의 새빨간 칼날로 설치는 그들의 검은 속내는

오로지 자신의 기득권 유지와 출세(出世)란 목적 달성만 있을 뿐이다.


좌우(左右), 보수나 진보 어느 쪽이든

밑바탕에 국가와 국민은 없고

개인과 소수집단에만 있다면 좌우(左右), 보수, 진보를 떠나

그들은 짧은 세치 혓바닥만 날름대는 망국(亡國)의 앞잡이일 뿐이다.


()든 우()든 보수, 진보 그 어느 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허물을 스스로 벗지 못하고 늘 깨어있지 않으면

그들의 권모술수(權謀術數)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되어

악취를 쫓아다니는 파리떼와 무엇이 다르랴?

썩은 곳에는 개념 없는 파리만 들끓고

몰려든 파리떼는 더욱더 썩게 만들어

그곳에는 미래를 포기한 구더기로 득실득실 넘칠 것이다


부패한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어

비록 지금은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기꺼이 감내해야 할 이유는

미래에 희망과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우리의 자식들, 후손들의 티 없이 맑은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남을 비판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성찰하여

이 시대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보화뇌동(附和雷同) 하거나 어설픈 감정(感情)에 치우치지 말고

종교, 이념, 인종, 국가를 넘어선

뜨거운 인류애(人類愛)를 가슴에 가득 품어야 하리라


어찌됐건

좌측이 무조건 나쁘다고 하니

혹 어쩌면 자신의 몸에 달린

좌측 팔과 좌측 다리도 불신하여

오른 팔만 사용하고

오른 다리로만 볼썽사납게 깡충깡충 뛰어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