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중의 상거지로구나
--거지 중의 상거지로구나--
아귀 중의 아귀이고
걸신 중의 걸신이며
거지 중의 상거지이로구나
여느 거지도 받고 더 달라 조르지 않고
무엇을 받던 고개 숙여 ‘감사하다’ 인사하거늘
저놈의 거지는 고마움은커녕 집요하고 끈덕지게 보채는구나
멈추지 않는 못된 심보는 넘치게 담고도 모자라
더 채우려 생떼거지에 생강짜를 부리니
참으로 비럭질도 더럽게 하는구나
세상에는 그렇게 구걸 않아도 공짜가 널브러져 있으니
따스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과 촉촉이 내리는 비와 노래하는 꿈들
이것으로는 도저히 그 검은 뱃속이 양이 차지 않더냐?
보라, 저 하늘에 하얗게 피어나는 뭉게구름들을!
닳고 닳아 한 가닥 올이 되어 흩날려도
구차하게 바람을 조르지 않고
보라, 저 들판에 일렁이는 초목들을!
꺾이고 뽑혀 강마른 삭정이 되어도
볼썽사납게 햇살에 투정을 않고
보라, 저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들을!
부서지고 망가져 찰나에 작별을 해도
고개 쳐들고 물고개에 맞서지 않고
보라, 저 더불어 베풀며 사는 이웃들을
비록 제 몫조차 없어 궁핍하게 살아도
천박하게 남의 것에 기웃대며 눈여기지 않는다.
여느 거지도 이렇게까지 구걸 않거늘
양아치 중의 고약한 동냥아치로
행실머리가 거지 밥주머니보다 더 추잡스럽다.
진정으로 무엇이 구걸인지 모르니 똑똑히 가르쳐주랴?
장님은 단 한번이라도 세상의 빛을 보게 해달라 간청함이오
귀머거리는 단 한번이라도 파도소리 듣게 해달라 간청함이오
벙어리는 단 한번이라도 사무친 어머니를 부르게 해달라 간청함이오
앉은뱅이는 단 한번이라도 두 발로 땅을 딛게 간청함이라
이들은 세상 다하는 날까지 평생을 간절히 빌지만
끝내 그 소망 이뤄지지 않아도
늘 숙명으로 여기며 어거지 부리지 않거늘
거지발씨개 같은 네놈의 뱃속에는 악랄한 포식자가 도사리고 있구나
죄다 갖고도 늘 헛헛증에 휘달리니
옜다 이놈아!
어디 달라는 대로 원 없이 줄 터이니 실컷 쑤셔넣고 쌓거라
그리하여
네 배가 터지고 터져 못다 먹으면 곳간에 잔뜩 채워
자식새끼에 그 새끼까지 대대로 실컷 처먹이거라
추악한 네 놈의 욕심은 개걸스레 먹고 먹다
마지막에 하늘마저 빌어 먹고는
이승에서 더 빌어 먹을 것이 없으니
정녕코 나락가(那落迦)에 떨어져
그곳에서 업보(業報) 마저 채워 먹어야 직성이 풀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