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3

거지 중의 상거지로구나

헤세드다 2017. 12. 18. 10:38




--거지 중의 상거지로구나--


아귀 중의 아귀이고

걸신 중의 걸신이며

거지 중의 상거지이로구나


여느 거지도 받고 더 달라 조르지 않고

무엇을 받던 고개 숙여 감사하다인사하거늘

저놈의 거지는 고마움은커녕 집요하고 끈덕지게 보채는구나


멈추지 않는 못된 심보는 넘치게 담고도 모자라

더 채우려 생떼거지에 생강짜를 부리니

참으로 비럭질도 더럽게 하는구나


세상에는 그렇게 구걸 않아도 공짜가 널브러져 있으니

따스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과 촉촉이 내리는 비와 노래하는 꿈들

이것으로는 도저히 그 검은 뱃속이 양이 차지 않더냐?


보라, 저 하늘에 하얗게 피어나는 뭉게구름들을!

닳고 닳아 한 가닥 올이 되어 흩날려도

구차하게 바람을 조르지 않고  


보라, 저 들판에 일렁이는 초목들을!

꺾이고 뽑혀 강마른 삭정이 되어도

볼썽사납게 햇살에 투정을 않고


보라, 저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들을!

부서지고 망가져 찰나에 작별을 해도

고개 쳐들고 물고개에 맞서지 않고


보라, 저 더불어 베풀며 사는 이웃들을

비록 제 몫조차 없어 궁핍하게 살아도

천박하게 남의 것에 기웃대며 눈여기지 않는다.


여느 거지도 이렇게까지 구걸 않거늘

양아치 중의 고약한 동냥아치로

행실머리가 거지 밥주머니보다 더 추잡스럽다.


진정으로 무엇이 구걸인지 모르니 똑똑히 가르쳐주랴?

장님은 단 한번이라도 세상의 빛을 보게 해달라 간청함이오

귀머거리는 단 한번이라도 파도소리 듣게 해달라 간청함이오

벙어리는 단 한번이라도 사무친 어머니를 부르게 해달라 간청함이오

앉은뱅이는 단 한번이라도 두 발로 땅을 딛게 간청함이라

이들은 세상 다하는 날까지 평생을 간절히 빌지만

끝내 그 소망 이뤄지지 않아도

늘 숙명으로 여기며 어거지 부리지 않거늘

거지발씨개 같은 네놈의 뱃속에는 악랄한 포식자가 도사리고 있구나


죄다 갖고도 늘 헛헛증에 휘달리니

옜다 이놈아!

어디 달라는 대로 원 없이 줄 터이니 실컷 쑤셔넣고 쌓거라 

그리하여

네 배가 터지고 터져 못다 먹으면 곳간에 잔뜩 채워

자식새끼에 그 새끼까지 대대로 실컷 처먹이거라


추악한 네 놈의 욕심은 개걸스레 먹고 먹다

마지막에 하늘마저 빌어 먹고는

이승에서 더 빌어 먹을 것이 없으니

정녕코 나락가(那落迦)에 떨어져

그곳에서 업보(業報) 마저 채워 먹어야 직성이 풀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