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드다 2016. 8. 11. 15:35


--한 여름의 신기루--

 


온 산야(山野)


금방 데쳐놓은 나물 뭉치 같고


하늘과 땅에서


물큰물큰 연신 토해내는


단내


단내


 


지독한 녀석


한 점 바람마저 태워


온누리를 뜨겁게 진공(眞空) 포장하는


땡볕


땡볕


 


햇살은 화살 되어


한 바늘 한 바늘이


당겨진 시위를 떠나 


철딱서니 없이 피부에 내리꽂자


방울방울 샘물 솟듯


땀방울이 돋고


 


등과 목줄기는


스물스물


혀를 날름거리는


버러지들 천국으로


나의 죄를 미리 추궁하는구나


 


느닷없는 소나기에


아스팥트는 비꽃으로 만발하고


인정머리 없는 타이어에 짓이긴


비꽃은 하얀 빙설(氷雪) 되어


온 도로에 넘실넘실거린다.


 


푹푹 삶겨버린


가마솥 같은 한여름


! 내 눈에


신기루 마저 보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