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드다 2015. 3. 5. 14:20

 

 

--3월 첫날의 함박눈--

2월 마지막 날 밤

어둠을 적신 진눈깨비가

자정을 넘기자 이내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밤하늘에 걸린 까만 별 수없이 쏟아지더니

전선줄이 경계선인양 약속이나 한 듯

벚꽃 흩날리듯 나풀나풀 춤을 춘다.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면

군데군데 쭉쭉 뻗은 아름드리 솔숲에

갈참나무 밤나무 오리나무가 잘 어우러진

발길 드문 오솔길

꼭 다시 오자

먼저 약속했기에

 

가랑눈이라도 나릴 지면

정취에 마냥 젖을 수 없는

별수없는 바듯한 삶이지만

그래도 손 잡고 거닐

눈 쌓일 그 날 오기만을

 

3월 첫날 함박눈

설렘으로 손꼽은 날만큼

봇물 터지듯 펑펑 쏟아붓지만

 

기다리고 기다렸던 맘같이

새까맣게 타버린 아스팔트는

애타는 마음 삭이듯

날름날름 죄다 먹고는

소리 없이 흥건히 눈물만 토해낸다.

 

혹시라도

쌓이려나

아무리 지켜봐도

단 한 잎도 남기질 않으니

 

다시 돌아올 겨울에라도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은데

그 약속 잔설(殘雪)로 남아

이 봄 채 가지 전 쉬 잊어버린다면

또다시 눈 내린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때늦은 야속한 눈발은

약속을 조롱하듯

애꿎은 머리 위만 짓눌러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