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2

할머니의 보행(步行) 섬

헤세드다 2015. 2. 13. 15:54

 

 --할머니의 보행(步行) --

횡단보도 신호등 앞

파란 총성이 울리자마자

시작된 인정사정없는 달음박질

 

핸디캡도( handicap) 없고

예의도 실종된 채

결승선 향해 각자 앞만 보고 줄달음 친다.

 

살아온 삶의 깊이일까?

젊은이는 넉넉함에도 바쁘고

어르신은 촉박하지만 여유 있는 듯

 

아뿔싸!

느릿느릿 할머니 한 분

큰일났다.

 

이미 텅 빈 횡단보도

무릎에 세월을 잔뜩 매단 할머니

갈 길 아득하여 여유부릴 틈 없거늘

절뚝절뚝 두어 걸음에 좌우 한번 돌아본다.

 

건너편 신호등

깜빡깜빡 연신 하얗게 눈 흘기며

빨리 오라 성화대고

 

많은 눈들이 양편에서

걱정 반 짜증 반

응원을 하는 듯 스스로 내기를 한 듯

호기심 가득 숨죽여 보고 있다.

 

재촉하며 기다리던 건너편 신호등

야멸차니 모질게 문 닫아 버리자

횡단보도 굵직한 선(線)만큼 무거운 정적이 흐른다.

 

어떻게 해야 하나

모두 조바심 가득한데

 

() 아니 연륜(年輪)의 한 수

보행섬

 

모두 시선을 결승선으로 향해 있었지만

애초 보행섬을 목표로 정한

세상 무리수를 비웃는 순응의 선택이었다.

 

허를 찔린 멋쩍음과 안도감이 교차할 때

긴 한 숨 땅 속 깊이 심고는

말없이 주변 둘러보며

 

눈빛으로

일갈(一喝)

 

야, 이 놈들아!

네들도 나이 먹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