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8(인퓨저 제거하는 날)
추석 전 날이라 많은 이들이 고향을 향해 간다고 부산 대고 도로도 차량으로 가득하지만
오늘 갈 곳은 고향이 아니라 병원으로 마지막으로 항암 주사약을 빼고 나면 공식적으로
끝이 난다.
애들은 그 동안 각자의 직장에서 피로에 지친데다가 어제는 늦게까지 시내에서 놀다가 왔으니
피곤하여 잠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아침을 챙겨 주고는 주차장과 옥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병원에 갈 시간을 기다렸다.
오후 1시쯤이 되어야 인퓨저 안의 항암 약이 다 들어 갈 것 갔았다.
애들이 일어나 점심 준비를 하기에 이제 나서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애들은 고기나 튀긴 음식을 좋아하니 그 냄새를 풍기기 전에 집 밖으로 나와야 하기에 조금 일찍 병원으로 나섰다.
가는 길에 경부 고속 도로는 그의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차가 밀리는 것을 보니
여러 생각이 겹쳐 심경이 복잡하다.
병원에 가면서 그간에 힘들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 동안 힘든데 잘 참아 주어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손을 잡아 주었다.
병원도 휴무라 응급실에 들러 주사 바늘을 제거 하고 케모포트를 소독 한 뒤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으로 오는 길에 평소 같으면 힘이 들어 곧장 집으로 가고는 했지만 기분이
업 되어서 인지 병원 옆 수요장터로 가 보자고 한다.
시장에 들러 명절에 먹을 음식을 사서 집으로 오니 명절에 역시 갈 곳이 딱히 없는 처제가
집에 와 있었다
장인 장모님이 안 계시니 갈 곳도 없는 데다 처남도 그렇게 살 고 있으니 이 곳에 없을 수 밖에,,
시장에서 사온 도토리 묵으로 처제가 다시 물을 내어 묵사발을 한 그릇 먹었다.
처음부터 양이 곱빼기 이상으로 많았지만 억지로 먹고 있으면서 곁 눈으로 보이 웬일인지
그 많은 양을 다 먹을 쯤에야 양이 많아 힘들었다며 그 많은 묵을 별 말 없이 다 먹는 것 보니
확실히 심적 부담을 덜고 나니 먹는 것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 된다는 말을 실감할 따름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애들이 다 있을 때 모두에게 말을 했다
지금까지 잘 참아 온 네 엄마에게 큰 박수를 한 번 치자고하여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치며 그간의 모든 것들을 묻어 버렸다.
애들은 시내로 놀러 가고 저녁을 어떻게 먹을까 계속 이야기 하다 결국 수 없이 고민과 변심 끝에 결국 칠성 시장으로 가서 부침개도 사고 저녁도 먹기로 하였다.
시장에 들어 서니 이제는 대목 장도 그의 파장 무렵이라 사람들의 발길은 많이 끊어진 듯하였다.
돼지 족 발 골목에 들어 섰는데도 전 같으면 근처도 가지 않을 곳을 별 스스럼 다니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반찬거리 몇 가지를 사고는 시장 내에서 연탄 석쇠 구이를 시켜 처제랑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하고 시켰으나 아직은 육류는 무리인지 된장 찌개를 시켜 저녁을 먹고 처제와 둘을 고기로
술 한잔을 하며 그간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니 간간히 눈물을 훔친다.
집에 와서는 혼자 술을 한잔 하러 나섰다.
아무래도 그냥 잠을 잘 수도 없었고 항암도 끝났고 명절이라 간병 때문에 시골에도 가지
못하는 여러 생각들이 겹쳐 술 한잔을 하지 않고는 그냥 잘 수가 없었다.
시골에 내려 와 있는 큰형에게 전화를 하고 나니 이제 그 동안의 모든 것들이 물밀들이
가슴을 채워 그냥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 이것이 정말 마지막 항암이기를 이제 잘 관리해서 병원에서 치료 받는 일이 다시는
일어 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