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0일
마땅히 국도 없고 해서 남은 밥을 죄다 양푼이에 담아 김 가루와 깨소금을 만들어
넣고 식초 약간을 섞어 골고루 비빈 다음 김에 싸서 모양만 흉내 낸 충무 김밥을
만들어 아침을 주고는 회사에 출근하여 병원에 먼저 전화를 하였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이것도 부작용의 하나인지 걱정이 되어 물었더니 항암이
한 차례 남았으니 검사 일정을 앞 당기는 것이 어떠냐고 한다.
아무래도 폴폭스라는 대장암에 보편적인 항암제이기는 하나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니 혹 만에 하나 항암 효과가 없는 것이라면 그간의 항암 치료도 그렇지만
전이되거나 재발이란 사태가 발생된다면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다.
아무튼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여 다른 말을 할 수가 없고 예약된 검사를 조금 앞당기면
어떠냐고 했더니 그리 서둘 것은 뭣 있겠느냐 마지막 항암 끝나고 조금 쉬었다 하고 싶은데
한 주 앞 당긴다 해서 달라 질 것은 있겠냐 그냥 병원에서 지정한 날짜에 가고 싶다고
한다. 하기야 그렇기도 하겠지만 항암이 끝나가니 점점 그 결과가 초초하고 조바심을
느끼게 한다.
점심 때는 설렁탕을 부탁하여 집에 가서 데워서 같이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도서관도
가야하고 팔꿈치 때문에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아야 된다 하여 도서관 쪽에서 만나
쌈 밥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는 집에 태워주었다.
오후에는 운동을 간다 하여 퇴근 때 큰애를 태워서 집에 와서 설렁탕을 사 놓았으니
데워 먹으라 이르고는 운동을 나섰다.
밤에 집에 오니 오늘은 운동을 많이 했는데 배가 아프다고 한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니 머리 끝이 쭈뼛하게 일어선다. 배라면 혹시 대장 쪽이 아닌가
하여 걱정이 앞선다. 어제는 머리가 아프다 하고 오늘은 배가 아프다고 하니
자꾸만 다른 이상이 생겨 그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안방에서 막내 방으로 이불을 들고 왔다 갔다 하며 잠을 못 이루는 모습을 보니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초조한 마음이 가득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