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7일(인퓨져 제거하는 날)
여느 항암 주사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매스꺼움도 적고 모든 면에서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쯤이면 가장 상태가 심할 때인데 아침에 일어나는 모습도 전과는 달리 기운도 있어 보이고
먹는 것에 대해 여전히 거부감은 있지만 그리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
다른 때 같으면 음식을 먹지 못해 겨우 누룽지를 끓이면 겨우 몇 숟가락 먹고 말 텐데
적은 양이기는 해도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
더위가 얼마나 더 가려는 지 모르겠지만 찜통 안에 사는 느낌이다.
오전 일을 서둘러 마치고 병원으로 향하면서 곁 눈길로 보니 다른 때 같으면 축 늘어져
말도 않고 참는 모습이 역력한데 오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도 다 받아 주는 것을 보니
힘들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견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인퓨져를 제거하고 병원을 나서며 국수를 먹는 것이 어떠냐고 했더니 이것 또한 여느 때와
달리 곧 바로 잔치국수를 먹고 싶다고 한다.
다른 때는 한참 동안을 얼러고 달래어야 겨우 먹을 듯 말 듯 했는데 그냥 쉽게 먹겠다고 하니
괜히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여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 보았다.
음식이 나오면 으레 내 쪽으로 덜어 놓고는 하는데 오늘은 아무 말없이 한 그릇 비우더니
냄새 때문에 힘든지 먼저 밖에 나가 있겠다고 한다.
제대로 먹지 않고 휑하니 나가 버리면 갑자기 먹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데 오늘은 먼저 나가
있으라 하고는 기분 좋게 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집에 내려 주고는 다시 회사로 향했다
내일부터 휴가라 이것저것 마무리 해 놓을 것도 있고 사실 휴가라고 해서 어디 갈 수도
없는 입장이라 딱히 계획도 없지만 내일 하루 정도는 몸 상태만 괜찮다면 계곡이라도
하루 정도는 가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해 본다.
퇴근 때 큰애를 태우고 집에 오니 눈빛도 살아 있고 컨디션도 좋아 보인다.
저녁을 차려 먹고는 운동을 나서면서도 참으로 이번처럼만 넘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