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드다
2013. 8. 3. 10:21
갈수록 누적 부작용의 탓인지 무의식적인 반응인지 주방 쪽으로는 가려고 생각을
않는 것 같다 선식과 밥으로 아침을 챙겨주고는 큰애가 오늘부터 휴가라 오랜만에
정상적인(?) 출근을 한 것 같다.
간간히 한 두 차례 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찜통 더위가 힘들게 한다.
폰을 바꾼 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아 설정을 잘못 한 탓에 거래처 전화를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듣지 않아도 될 좋지 않는 말을 듣고 나니 점심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없을 뿐더러 모든 상황이 짜증이 나고 특히나 지금의 내 자신이 너무 싫어
의욕 상실에 무기력함의 극치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종일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도 먹지 않아도 배 고픈 것도 잊어 버린 체 하루를
어둑한 길을 걷고 퇴근하여 집에 오니 운동 간다며 막 나설 준비를 하고 있어
꼭 무엇을 먹고 싶다기 보다는 지나가는 말로 먹을 것이 없냐고 했더니
냉장고에서 며칠 동안 찬 바람을 쐬어 정나미가 떨어지는 딱딱한 빵 조각을 주고
커피를 한잔 끓일 테니 먹어라 고 하기에 빵을 보는 순간 그나마 남아 있던
시장기가 확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빵을 냉장고에 넣어 버리고 물을 끓이고 있던 가스 불을 잠그고는 거실에 그냥
드러누워 버렸다.
운동을 나서며 조금은 미안했던지 뒷 꽁무니에 두 눈만 잠시 두고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오늘 하루를 되 집어 보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냥 이러고 살아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머물 수도 갈 수도 없는 답답함만 밀려 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