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드다 2013. 7. 26. 09:50

오늘은 밥을 먹을 수 있으려니 생각하며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지어 선식과 함께

아침을 차렸는데 어제보다는 조금 나은 듯하였지만  음식 냄새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한 것 같다.

아무래도 점심도 차려 주지 않으면 굶을 것 같아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 달라고

전화를 해 놓고는 급히 서둘러 오전 일을 하였다

시장에 들러 오이 소박이를 사러 갔으나 오이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도저히 담을 수가 없다고

하는 통에 할 수 없이 배추김치와 파김치 그리고 오이냉국과 떡을 사서 집으로 왔다.

여전히 축 가라앉은 몸은 아침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여느 때 보다 특히 이번에는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여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듯

하여 이대로 가면 다음 항암을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 앞선다.

아침에 지어 놓은 밥과 시장에서 사온 김치와 오이 냉국 등으로 밥상을 차려주니 웬일인지

오이냉국을 한 수저 맛을 보더니 언제 만들었냐고 묻기에 금방 만들지 않았냐 하고 거짓말을

하였다 밖에서 사왔다고 하면 잘 안 먹을 것 같아 그리 대답했더니 맛있다며 한 그릇 더

달라고 한다. 누가 만들었던 어디서 사왔던 지금 이 순간 입에 맞아 맛있게 먹으면 그것으로

족하니 속으로 처음에는 살까 말까 하며 망설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입에 맞는 것이었던지 한 그릇 더 달라고 하여 오이냉국만 세 그릇이나 먹는 것을

보니 어찌 되었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안도감에 덩달아 기분도 좋아진다.

저녁에는 점심 때 남은 오이냉국과 밥을 차려주니 이제 조금씩이나마 밥을 먹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운동을 가면서 내일 아침에 뭘 해줄까 하고 이리저리 궁리를 한참을 하다 보니 순두부 찌개가

좋을 듯하여 큰애보고 시간 되면 다시 물을 내어 놓으라 문자를 넣고는 마트에 들러 순두부

2봉을 샀다.

전화로 서울 형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우리 집안에는 아무래도 안동 김가 아니 아버지의 억눌린 한이 씌었나 보다 가만히 보면 형들도 구미 동생도 공통적으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

그냥 툭툭 털지를 못하고 가슴 속에 꾹꾹 눌려 있던 것들이 여러 형태로 폭발을 하여 당자자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표출되니 어쩌면 또 다시 자식들에게 이런 것을 대물림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든다.

안양 동생과 통화 끝에 곧 휴가도 다가 오니 이런 저런 핑계 삼아 주말에 구미에서 한잔하자고

약속을 했다 얼마 전에는 용인 형 때문에 이번에는 구미 동생 때문에 서로 다른 것 같아도

판단하기에 똑 같은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어찌 되었던 자주 만나는 것이야 나쁠 것도 없지만 좋은 일로 만나면 더 좋을 텐데

이제 살아 온 날들 보다 살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다들 맘 고생을 할까 그냥 지나가는

바람에 툭 털고 날려 버리면 될 것을

내 코가 석자라 하루하루가 앞 가름 하기도 힘이 드는데 도무지 도와 줄 생각을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