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3일
밤새 더위 때문에 거실과 안방을 종횡 하더니 늦게야 잠이 들었는지 축 늘어져
정신 없이 자고 있어 깨울 생각을 단념하고 옥상으로 올라가 아침 바람을 실컷
맞고는 내려왔다.
아침을 준비한다고 괜히 주방에서 왔다 갔다 해봐야 잠만 깨울 터이고 그냥 거실에
TV를 보면서 시간을 한참이나 지우고 나니 인기척이 들려 안방으로 가보니 풀 죽은
모습으로 한 짐 가득 짊어 지고 일어나 있었다.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 갈 수도 없어 물김치와 간단한
반찬으로 아침을 챙겨 주고는 출근 길에 나서며 점심 때 올 테니 먹지 말고 아니 챙겨
주어도 제대로 먹지 못하니 일단 기다리라고 하고는 나섰다.
오전 일을 서둘러 마치고 마트에 들러 유제품과 먹으려니 하고 반찬 몇 가지를 사서
집에 오니 고통에 지쳐 더위에 지쳐 축 늘어져 거실에 누워있다.
이것 저것 준비해서 점심을 차렸지만 몇 숟가락 정도의 밥을 먹고는 수저를 놓으려
하기에 서둘러 누룽지를 끓여 같이 먹고 있으니 “시금치 무침과 시금치를 넣은 된장 국
그리고 열무와 오이 무침을 먹고 싶었었는데 먹을 수 없는 쓸데 없는 것만 차렸다”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건넨다.
퇴근 할 때 시장을 들러 저녁에는 해 줄 테니 미리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고는 설거지와 뒷정리를 대충해 놓고는 동사무소에 들러 큰형이 보내달라고 한
상속에 대한 일체 서류를 발급 받고는 회사로 향했다.
오전에 어머니의 부탁에 대한 불만 가득한 형의 전화 오후에는 삶을 포기한 듯 힘들어
하는 동생의 전화에 깊은 물 속에서 숨을 들이킬 수 없는 듯한 답답함 밀려온다.
그래 같이 가는 듯 하지만 각자의 길을 분명 다르리라 아무리 이해하고 위로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모두가 두 어깨에 등 짐을 가득 지고 가는 힘들 삶인데 유독 내 짐만
무겁게만 느낀다면 옆에서 아무리 짐을 덜어 준들 가볍다 할까 어차피 마음으로 하나씩
둘러 멘 짐이니 응어리 진 마음이 풀어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힘들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문자가 뭘 의미하는지 알기에 수 차례 전했지만
아예 받지 않으려 한 것 같아 문자로 대신했다 “책임이란 멍에를 내려 놓기 전에는
그저 한 잔 술에 모든 것을 담아 풀고 살자고……….”
아직 어머니 말을 이해하고 풀어드리지 못해 수시로 서운해 하는 형이나 가정의 일로
오랫동안 힘들어 하는 동생 모두 마음 속에 걱정가마리로 남을 뿐이다.
퇴근 길에 시장에 들러 시금치와 파를 사서 작은 냄비에 저녁밥을 안치고 2/3는 데쳐서
무치고 나머지는 된장국을 끓이며 저녁 준비를 분주히 하고 있으니 큰애도 퇴근을
하여 저녁 밥을 차려 주었지만 시금치 나물도 그렇고 된장국도 그렇고 냄새와 맛을
조금 보더니 상 귀퉁이로 밀어내며 못 먹겠다고 한다.
점심 때 만해도 시금치 나물과 국이 먹고 싶다더니 요리를 잚 못했는지 아니면
생각은 그렇게 했는데 막상 해 놓으니까 냄새가 역겨워 먹기 싫었는지 분간이 가질 않지만
어쨌던 입에 댈 생각도 않고 김 몇 조각으로 두어 숟가락 먹더니 달아 나듯 안방으로 피신을
가버린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는 이런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서운하거나 화가 나기보다는
걱정부터 앞선다.
뭐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당장이라도 만들어 먹여야 할 텐데 난처하기만 하고
더 이상 혼자 먹는 다는 것이 미안하여 큰애 눈치를 보며 대충 먹고 덩달아 수저를
내려 놓을 수 밖에는….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험하니 매 순간을 슬기롭게 최선을 다해 하고 있는지에 대해
한편으로 자책감과 때론 자괴감 마저 든다.
대충 운동을 하듯 마듯 하고는 한참을 고민하다 큰형에게 동생 일에 대해 마음 속에
들어 있는 말을 전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괜히 했나 하는 후회도 같이 오지만
그래도 아버지도 안 계신 집안에 기둥인 가까이에 있는 형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등등에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만 밤 하늘에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