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7월22일(8차 항암 주사 맞는 날)

헤세드다 2013. 7. 23. 11:13

 

일찍 병원을 가야 하는데 일어날 생각도 않고 감기 기운도 있고 목도 쉬어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오늘 예약은 취소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가면 안되겠냐고 어기적어기적하며 갈 생각을

않는다.

그렇다고 선뜻 그리하라 말할 입장도 아니지만 자꾸만 연기시킨다 해서 나중에 안 할 것도

아니고 자꾸 재촉하자니 사지로 떠미는 것 같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면서 잠시 생각을 정리를 하였지만 아무래도 가는 편이 나을 듯 하여 이왕 시작된 것 중간에

쉬엄쉬엄 하는 것도 그렇고 또 항암 효과라는 것이 몸이 아주 나쁜 상태면 모르겠지만

힘들더라도 스케줄대로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가는 방향으로 말을 하니 천근 같은 몸과

마음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항상 병원 가는 길은 고통을 잊기 위한 최면을 아니 주술을 외듯

가로수에게도 이곳 저곳 특별한 대상이 아닌 곳에다 주절대기 시작한다.

그렇게라도 잊을 수만 있다면 무슨 말인들 못 들으랴 마는 곁 눈길로 보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 없다.

피 검사하는 동안 먹을 것을 사서 밖에 벤치에 앉아 아침을 대신하고는 바쁜 일이 있어

수고하고 조금 있다가 오마하고는 회사로 차를 돌렸다

오늘은 아침부터 푹푹 삶는 날씨가 시작되니 머리 끝부터 온 몸이 땀으로 범범이다.

서둘러 오전 일을 마무리하고 가니 항암제 투입은 끝났고 마무리 포도당 주액을 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암 환자가 급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항암 주사실이 부족하여 2층에 여성 전용

항암 주사실이 신설되었다는 안내문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힘없이 병원을 나서는 모습에 한 주간의 힘든 상황이 예상되지만 아직 갈 길은 뜨거운 햇볕 속을

걷는 만큼이나 멀기만 하다

점심 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라 뭘 먹겠냐고 물었더니 콩나물 국밥을 먹고 싶다 하여

늦은 시간이지만 같이 점심을 먹고 얼마 가지 않아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피자 가게를

보더니 피자가 먹고 싶다고 한다.

뭣이든 먹고 싶다 하고 말할 때가 지금은 제일 좋은 것 같아 기분 좋게 한 판들 사 들고

집에서 천천히 먹어라 이르고는 회사로 향했다.

퇴근하는 길에 토마토와 포도,사과 등 과일을 사서 집에 오니 그래도 먹고 싶었었는지 피자를

두 조각이나 먹었다.

저녁에는 따로 반찬을 만들지 말라고 하여 물김치와 된장찌개 장 조림 등으로 큰애랑 식사를

하고 운동하러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