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인지 아침 준비를 해보겠냐고 하니까 웬일인지 선뜻 주방으로 오더니
단 배추 국을 끓이겠다며 분주히 서둔다.
항암 치료 기간 중 회복기에 한 두어 번 주방에 와서 반찬 등 음식을 만들지만
이런 모습이 상당히 낯설어 보이기는 하다.
빨리 항암 치료가 끝나야 할 텐데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아침을 먹기 부담스러웠지만 모처럼 식사 준비를 한 정성도 있고 해서 같이
식사를 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장마 철이라 아침에 잠깐 비가 내리더니 간간히 비가 뿌리지만 낮에는 그리 많이
오지는 않을 듯 하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일을 마치려 하다 보니 땀이 비오 듯 내린다.
장마비가 하늘이 아닌 얼굴에서 시작되려나 보다.
3시경쯤 사무실로 가던 중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데 횡단 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
중에 큰애 모습이 보여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더니 밖에 일을 보고 회사로 들어가던
길이었던 모양이었다.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만나는 것이 흔치는 않는 일이라
태워서 회사에 내려 주고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퇴근 때에는 일도 조금 늦어 진 탓도 있고 오늘 이왕 큰애를 아침에도 낮에도
태워주었으니 기다렸다가 태워서 같이 가려고 큰애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
뜻밖이라 생각했는지 “앗싸”하며 웃으며 차에 오르기에 “네 엄마는 운동을 갔으니
둘이서 저녁을 같이 먹는 것이 어떠냐”고 하니 좋다고 하기에 집에 와서 인근에 있는
국밥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밤에는 막내가 좋아하는 오이피클을 만들어 이번 금요일에 서울 올라 갈 때
주겠다며 열심히 동생을 위해 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언니라고 제 몫을 하는 것 같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