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드다 2013. 7. 3. 09:55

 

웬일인지 아침 준비를 해보겠냐고 하니까 웬일인지 선뜻 주방으로 오더니

단 배추 국을 끓이겠다며 분주히 서둔다.

항암 치료 기간 중 회복기에 한 두어 번 주방에 와서 반찬 등 음식을 만들지만

이런 모습이 상당히 낯설어 보이기는 하다.

빨리 항암 치료가 끝나야 할 텐데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아침을 먹기 부담스러웠지만 모처럼 식사 준비를 한 정성도 있고 해서 같이

식사를 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장마 철이라 아침에 잠깐 비가 내리더니 간간히 비가 뿌리지만 낮에는 그리 많이

오지는 않을 듯 하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일을 마치려 하다 보니 땀이 비오 듯 내린다. 

장마비가 하늘이 아닌 얼굴에서 시작되려나 보다.

3시경쯤 사무실로 가던 중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데 횡단 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

중에 큰애 모습이 보여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더니 밖에 일을 보고 회사로 들어가던

길이었던 모양이었다.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만나는 것이 흔치는 않는 일이라

태워서 회사에 내려 주고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퇴근 때에는 일도 조금 늦어 진 탓도 있고 오늘 이왕 큰애를 아침에도 낮에도

태워주었으니 기다렸다가 태워서 같이 가려고 큰애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

뜻밖이라 생각했는지 앗싸하며 웃으며 차에 오르기에 네 엄마는 운동을 갔으니

둘이서 저녁을 같이 먹는 것이 어떠냐고 하니 좋다고 하기에 집에 와서 인근에 있는

국밥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밤에는 막내가 좋아하는 오이피클을 만들어 이번 금요일에 서울 올라 갈 때

주겠다며 열심히 동생을 위해 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언니라고 제 몫을 하는 것 같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