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6월26일 (6차 인퓨저 제거하는 날)

헤세드다 2013. 6. 27. 10:49

 

 

매번 맞는 항암 약은 같은데 누적 부작용과 양상은 패턴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

안 먹으려고 아니 먹지 못해 늘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밀림의 먹이를 쫓는 사자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임팔라와 같은 생각이 든다.

선식은 고사하고 한 모금도 되지 않는 효소 마저 먹기 싫다며 고개를 젖는다.

과일 몇 조각을 억지로 먹게 하고는 어차피 점심 시간에는 같이 병원에 가야 하니 점심만큼은 어떻게 하든 제대로 먹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출근길에 나섰다

서둘러 오전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병원으로 향했다

이번 항암 주사를 맞고 나니 자꾸만 잠이 쏟아진다며 병원 가는 내내 눈을 감고 아예 점심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며 빨리 인퓨저를 빼고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아침도 제대로 먹지를 못했는데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점심을 먹여야 하니 병원을

나서며 이리저리화제를 바꿔가면서 얼러고 달래니까 성화에 못 이겨 콩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말을 하기에 얼마 전에 봐둔 국수 집으로 향했다.

도로 옆이라 차량 소음은 신경에 거슬렀지만 여름이라 문을 활짝 열어 놓았으니 냄새 때문에

힘들어 하지는 않았지만 자꾸만 잠이 쏟아진다면 잠시 국수가 나오는 시간에도 탁자에 엎드려

자꾸만 잠을 자려한다.

조금만 먹겠다고 실랑이를 하며 내 그릇에 덜려고 하는 것을 만류했지만 막무가내다

하는 수 없이 어느 정도 덜어내고는 어떻게 하든 이 것만큼은 먹어라 고 건네주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벌써 오늘 저녁은 어떻게 넘기지 하는 생각이 드니 한끼한끼 먹이는 것이

전쟁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퇴근 시간쯤에는 아직 시간이 제법 남았는데 큰애가 속이 너무 아파 병원에 들렀다 간다며

전화가 왔다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속이 많이 안 좋은가 보다 참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전부 환자 밖에 없으니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니 큰애도 집사람도 만사 귀찮은지 누워서 꼼짝 않고 있다.

점심을 늦게 먹은 데다 어쩔 수 없이 국수를 곱빼기 되는 양을 먹었으니 속이 더부룩하여 저녁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 큰애 보고 나중에 엄마랑 같이 생각 날 때 저녁을 먹으라 이르고는 운동

하러 집을 나섰다.

운동을 마치고 맥주 집에 혼자 앉아 먼저 둘째 형에게 전화를 했다 낮에도 수없이 하였지만

전할 말은 있는데 도대체 전화를 받지 않으니 참 답답하기 그지 없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짐작하고 있지만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 한편으로 이해하기 어렵기만 하다.

이제 아버지도 안 계신데 이런 일을 겪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의견이 다르다 하여 외면하려 하니

앞으로의 일들이 안개 속만 같다.

겨우 통화를 했지만 짧고 간단하다 알아서들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통화를 끊어 버리니 결국 이제 통화도 하기 싫으니 앞으로 전화 해본들 받지 않겠다는 말이

아닌가

빨리 상속 문제도 매듭지어야 하고 촌에 어머니가 사시는 집도 새로 이사를 하든 뜯어 고치든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아예 인연 끊고 살자는 식으로 하니 한편으로 울화가 치민다.

상속이라 해야 손바닥 만한 땅덩이인데 관심도 없고 포기한지 오래이지만 누가 가지던 어차피

행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알아서 하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서 할까

누가 갖던 기분 좋게 서류를 해 주면 될 것을…….

상속 받은 재산이 이만큼이니 그나마 다행이지 많았으면 형제간의 의도 끊어지지 않겠는가

생각이 옳고 그르던 의견이 다르다 해도 조의금 문제는 이미 충분히 상의를 했고 동생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양보도 해 줄 수 있는 문제인데 뜻이 관철 되지 않았다 하여 이러면 앞으로

어떤 것을 상의하며 대화로 풀 수 있을까

얼마 남지 않은 인생길 제발 이해하고 양보하며 웃으며 살아도 시원치 않는데 얼마나 더 살겠다고

이제는 그냥 죄다 내려 놓고 갔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