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느끼는 것들/더불어(癌)살아가는날들
6월11일
헤세드다
2013. 6. 12. 09:41
서서히 약의 부작용이 상승 곡선을 타고 오르는 것 같다
음식 냄새에 대한 역겨움이 시작되는지 선식과 누룽지 그리고 간단히 과일 몇 조각으로 아침을 대신해 주고 출근하지만 혼자 있으면 잘 챙겨 먹지 않을 것 같고
대화 상대도 없으니 우울한 마음에 울고나 있지 않을까 여러 걱정을 뒤꿈치에
달고 나선다.
날씨도 비가 오려는지 발걸음 마냥 하늘도 무겁게 가라 앉아 침묵으로 일관한다.
점심이 걱정되어 집에 가려고 했으나 비도 간간히 내려 도저히 짬이 나질 않아
전화만 자꾸 걸어 본다
퇴근 전에 먹고 싶은 것을 말하라 했더니 느닷없이 낙지가 먹고 싶다기에
낙지 요리를 말하는 가 싶어 음식점에 포장해서 가려고 했더니 그냥
데친 낙지를 초장에 찍어 미나리와 같이 먹고 싶다고 한다
퇴근하는 길에 시장에 들러 낙지 미나리 그리고 과일 몇 종류를 사서 집에 들어서니 많이 힘든지 잠에 빠져 있고 방안의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겁고 답답하였다
방문을 닫고 잠이 깨지 않도록 소리를 죽여가며 낙지는 손질하여 데치고 미나리는 씻어 일정 간격으로 썰고 같이 사온 완두콩 한 팩은 찜 솥에 쪘다
처음 사본 흑 토마토와 수박,포도,사과 등으로 과일을 준비하여
저녁 상 대신 차린 다음 잠을 깨워 거실로 나오게 하였다
눈을 맞부비며 나와 상 차린 것을 보더니 “대박”하고는 낙지와 과일 등 차려 놓은 것을 맛있게 먹기에 덩달아 맛있게 먹게 되고 창 밖에 비는 오락가락하지만 음식 먹는 소리만 들어도 가라 앉았던 기분도 밝아지고 빗 소리 마저 정겹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