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3일(4차 인퓨저 제거하는 날)
사느냐 죽느냐?
아니 무얼 먹느냐? 무얼 먹이느냐?
먹이는 자와 먹어야하는 자?
참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일런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황사낀
날씨 보다 더 찌푸려지고 모든게 답답하다.
차라리 내가 아프면 이런 생각은 도피를 위한
방책 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실은 어떻게 하던 먹여야 하는데 음식에 역겨워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서 뭘 먹어란 말도 입 안에만 맴돌고 그저 얼굴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김 빠진 맥주 마냥 이도저도 아닌 자신도 그냥 심신이 엿가락 늘어지듯
늘어질 수 밖에 없는 한계점을 보는 것 같다.
이리저리 얼러고 달래서 겨우 토마토를 먹겠다는 응답을 얻어냈다
조선시대 신하가 임금의 눈치를 봐가며 윤허를 얻어야 하는 분위기와 영 판 닮은 것 같다
그저께 유기농 토마토를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배달 온 것을 보니 먹어 보지는 않했지만
모양부터 조금 비싼 값어치는 하는 것 같아 보였다
토마토를 썰어 꿀을 살짝 올린 다음 수박,참외 그리고 선식 한 컵을 차려 주며
뻥을 쳤다 먹어 보지도 않했으면서 '와 이렇게 맛있는 토마토는 처음 먹어본다'며
너스레를 떨며 많이 먹어 주기를 기대했다
속으로는 이제는 연기까지 해야하는구나 하며 실소를 햇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며 선,악을 판단하는 자체가 배부른 소리일 뿐...
하지만 두어 조각 먹더니 다른 것은 손도 대지 않고 챙겨준 쟁반을 밀어 버린다.
더 이상 권유해봐야 안 먹을 것은 뻔하고 그냥 물끄러미 지켜만 보니
민망했던지 방으로 휑하니 도망을 가버린다.
항앙제가 몇 시간 후면 주입이 끝아니 1시경에 인퓨져를 제거하러 오겠다고 말하고는
말없이 누워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기에 얼굴을 얘들 어루만지듯 여러 번 쓰다듬고
혹 나중이라도 식욕이 나면 아니 버티고 살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먹어라고
당부하고는 출근길을 나섰다
시간을 맞춰야 하기에 거래처에 이리저리 전화를 하여 오전일을 서둘러 끝내고
집으로 가서 점심을 뭘 먹었냐고 물어니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고 한다.
굳이 여러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먹었다고 하면 얼마를 어느 정도 먹었는지
거짓말을 해도 다 아니까 더 이상의 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병원에 가서 인퓨저를 제거하고 하는 동안 수납을 하고 다시 항암 주사시로 가는
도중에 온 몸과 머리 속도 순간 경직되어 돌이 되어 버렸다
엘리베이트에 환자 한 분이 이동용 침대에 누워 응급실로 가는데
영락없는 아버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모습을 눈에 익도록 보아 왔는데
깜마른 얼굴 덤성덤성 빠져 얼마 남지 않은 흰 머리카락....
어찌 그리도 아버지 모습을 닮았는지
아! 아버지........................
이내 현실로 돌아왔지만 그 짧은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아버지 너무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병원을 나서는 길에 혹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주겠다했더니
역시 손사래 뿐이다.
오는 길에 하나로 마트에 들렀다
꿀도 사야겠고 농협 상품권이 몇 장있어 어차피 사용해야 하니 오기 전에 검색한 곳으로
향했다
꿀을 고르고 있는 사이에 야채를 잔뜩 골라 놓았기에
'오늘 먹을 수 있느냐?
오늘 먹어려고 샀느냐?'는
질문에 나중에 괜찮으면 먹어려고 산다는 말에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지금 냉장고에 야채가 잔뜩 들어 널을 공간도 없는데 상해 버리면 다 버릴 것이 아닌가
또 한편으로 지금 먹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지금 먹고 싶은 욕구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도하고.....
하지만 뭐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게다가 햇 마늘까지 한 접 사간다고 하니
아무런 말도 없이 주워담았다 햇마늘은 답답한 놈이 알아서 가져 가라고 하는지
마늘 줄기가 그대로 붙은 것을 주욱 쌓아 놓고는 옆에 작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해주기는 하는데 빨리 가져 가고 싶으언 알어서 작두에 줄기를 썰어 버리고 봉투에 담아 가라고
친절히 모든 것을 다 준비해 두었다
빨리 가야만 하는 답답한 내가 작두로 줄기를 잘라내고 봉투에 담아 갈 수 밖에...
집에 내려 주고 야채 상자는 막내 보고 정리하라 이르고는 회사에 왔는데 아직 감기가 덜 나았는지 머리가 지근거렸다
퇴근을 하여 상황를 살펴 보니 조금 전이나 별 반 나아진 것이 없었고 막내는 방문이 닫겨 있는 것을
보니 아마 꿈나라를 헤매를 것 같았다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니 된장찌게와 순두부 찌게를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애기하는 대로 그대로 만들어 주겠다고 들어 가는 재료 양 하는 순서까지
일부러 물어서 시작을 했다 또 전 번 처럼 실컷 해 놓고 나서 맛이 있니 없니 이러니 저러니
잔소리를 듣기고 싫었고 중요한 것은 이를 핑게로 안먹어려고 하니까
제대로 저녁을 먹이려고 저녁 준비를 서둘렀다
된장찌게도 먹고 싶다 하였으나 벌써 며칠 전에 몸이 좋을 때 만들어 먹고 남은 것을 먹겠다고 하는데 남아 있는 찌게를 아예 음식물 쓰레기 통에 버려 버렸다
다시 맛있게 만들어 오늘 저녁은 제대로 먹게하리란 생각으로...........
묵은 김치를 올리브 기름에 데치고 다시 물을 넣어 끓을 즈음에 순 두부와 표고 버섯을 넣고
국 간장으로 간을 하고 파와 청량 고추는 먹기 직전에 넣어면 되도록 해 놓고
사골 국물에 집 된장과 청국장을 적정 비율로 넣고 무을 썰어 같이 끓을 즈음
표고 버섯과 고추가루 마늘 다진 것을 넣고 대파 와 청량을 순 두부와 같이 스탠바이 해 놓았다
또 얘들 생각에 그저께 사온 햄을 기름에 살짝 데치고 특식을 하나 준비했다
오늘 사온 햇마늘,완두콩, 그리고 집에 있는 은행과 파프리카 또 햄을 사각형으로 썰어
기름에 함께 데쳤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이제 차릴 준비를 하려느데
갑자기 방문을 열고 옥상으로 피신을 가겠다고 한다. 냄새 때문에 힘들다며....
그냥 모든 동작이 '그대로 멈춰라'였다
시작도 전에 안 먹겠다는 간접적인 거부의사를 보인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떻하랴 큰 애도 퇴근해서 곧 도착한다 하고 옆에서 거덜고 있는
막내도 밥을 먹어야 할 것 아닌가
밥상을 대충 차려 놓고 나머지는 막내 보고 해 놓으라 하고는
옥상으로 향했다 냄새 때문에 피신해 온 그 와중에도 스마트 폰으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속으로 웃음도 났지만 밥 먹어러 가자 했더니
냄새 때문에 가기 싫으니 먹을 수 있는 순 두부 찌게와 밥 만 가지고 옥상으로 갖다 주면
안되겠냐고 한다.
저녁을 먹겠다는데 안될 것이 뭣이 있으랴
내려 가서 쟁반에 차려 오겠다고 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지
그냥 한 번 해 본 말이라며 여러 번 만류하는데도 집으로 내려 가버린다.
다른 것은 몰라도 순두부 찌게는 해달라는 대로 했으니 많이 먹어라고 했더니
간이 맞지 않는다며 타박을 하고는 두어 숟가락 밥을 먹더니 안 방으로
쏜살같이 사라져 버린다.
큰애도 막 오고 해서 하고 싶었던 말을 밥 한 공기 한 번에 털어 넣듯 목구멍에
죄다 삼켜버리고 말앗다
괜히 한 마디 해 봐야 얘들도 밥을 먹어야 하기에 밥상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먹기 싫은 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뒷 정리를 얘들에게 맡기고
또 두어시간 지나 과일과 선식을 제 엄마에게 꼭 먹게 하라 이르고는
운동하러 나섰다
방에 들러 시간이 지난 후에 배고프면 억지로라도 다른 것을 먹어라고
당부하고 답답한 마음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얼굴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여 숨이 막힐 듯하여
아예 집 밖을 나서는 것이 나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