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6일(3차 항암주사 맞는 날)
병원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전 번같이 10경에 예약을 하니 진료 기다리는 시간이 보통 1시간
이상을 넘어 12시 가까이에 진료를 받고 항암 주사를 맞으니
기다리는데 사람이 지친다며 예약을 9시로 앞당겼기 때문이었다
피 검사를 위해 진료 시간 보다 1시간 빨리 가야하니 최소한
집에서 7시 반경에는 무조건 출발을 해야만 한다.
오늘은 대충 예상대로라면 1시경에 끝나니 도시락을 챙길 필요가 없고
아침도 간단히 과일로 대신하고 피 검사 후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으니
편의점에서 아침을 먹는 것으로 얘기를 했다
아직 아카시아 꽃이 필 시기는 아니지만 성질 급한 몇 녀석이 세상이
궁금하여 얼굴을 내민 모양이다.
아카시가 향이 군데군데 조끔씩 나는지 "2주 후에 올때 쯤이면
아카시아 꽃이 피지 않을까" 하며 늘 병원으로 향할 수 밖에 없는
코스가 싫은지 스스로 넉두리 삼아 마음에 위안을 삼는다.
병원에 내려 주고 회사로 차를 돌렸다 출근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어
잠시라도 같이 있어줄까 생각하다가 그냥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바로
병원을 나섰다
오전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병원에 가니
항암 주사 중이었다
1.2차 주사 때는 손이나 발등이 찌릿찌릿하였는데 이번에는
온 몸이 몇 초 간격으로 열이 확올랐다 내렸다 하여 열이 내릴 때는
한기가 든 것 처럼 으스스하다고 한다.
숨어 있는 암세포도 암세포이겠지만 정상 세포마저 잡아 족치니
여기 저기 이런 저런 부작용이 자꾸만 정도를 달리 해서 나타나는가 보다
이번에는 담당 교수에게 진료 때 2차 때 팔에 붙였던 산쿠소 팻치가 전혀
효과가 없으니 먹는 약으로 대신해 달라고 했는데 이틀 분의 약을 조제해 받아
병원을 나섰다
이미 처방 받아 놓은 것은 금액으로 반환을 해 달라고 하니 규정상 어렵다고 하며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달랑 효과도 없는 조그만 비닐 한장에 7만원이라면
누구든 환불해 달라지 않을까
약제실과 진료실을 왔다 갔다 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아 바쁘니까
다음 진료 때 해결 해 달라고 하고는 나와 버렸다.
병원을 나서면서 당사자도 그렇고 내가 보기에도 1.2차 때보다는 표정이 훨씬
밝아 보였다 속이 울렁거림도 덜하다고 말하고......
2시가 넘어 동네 쪽으로 와서 먹고 싶다는 냉면 집으로 갔다
냉면과 찜 갈비를 시켜 주었더니 먹는 것도 전번 보다는 훨씬 나아
너무 보기 좋은 정도가 아니라 그 기분에 둘 다 과식을 한 것 같다.
집에 내려주고는 다시 회사로 남은 일을 처리하러 갔지만
늦게 먹은 데다가 과식한 탓이니 속이 영 불편하다
퇴근해 오니 점심을 많이 먹어 저녁 생각이 없다고 한다.
굳이 먹어라 말을 안해도 지금 내 상황이나 뭐 별반 다를게 있으랴
큰애가 퇴근해 오기에 저녁 식사는 간단히 약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나중에
먹도록 하라 말하고는 불은 살을 빼러 운동하러 나서
10시경에 오니 전 번 보다 훨씬 밝은 표정에 전 번 보다 속도 덜 미식거린다며
웃는 모습에 차라리 전번에도 이렇게 했으면 나았을 것을 괜히 비싼 돈을 주고 산쿠소 패치를 했나며 후회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