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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어느 저녁

헤세드다 2009. 8. 8. 09:42

 

 

 

아버지 귀가 시간이

짜증난 애기바람 심술 가득

달음발질 해도 늦을 법한데

풀잎은 발로 툭툭

나뭇가지 괜히 쥐흔들고는

팔을 살살 비비며 같이 가자 칭얼거린다.

 

방학 숙제에 지친 아이

큰 붓으로

하늘 그리다 잠들어

드문드문 파란 칠이다.

 

수면을 박찬 겉 멋 든 물고기

햇볕에 빠져 몸부림 치더니

비늘 마저 낙조(落照)에 익혀

불그스레 먹음직스럽다.

 

시장한 땅거미 슬금슬금

구석구석 기어 나오자

눈치 빠른 개들이

임박한 순찰 시간 온 동네 알린다.

 

분주했던 땅도 하늘도

잠시 입 다물자

모두가 쭈뼛쭈뼛 눈치만 살피고

시간이 멈춰 버린 곳에는

까마귀 한 마리 정적을 가른다.

 

팔 월 어느 저녁

서산 녘에

설 익은 가을이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