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드다 2009. 7. 28. 22:13

 

 

게 눈 감추는 찰라

산더미 같은 생각들 밀려 오더니

마른 번개 소리에

순식간 줄행랑 치고

머리 속은 하얗게 비어 버렸다

 

이글거리는 뙤약볕 아래에서도

퍼붓는 장맛비 속에서도

가차없이 짓밟는 타이어 군화 발에도

굴하지 않고 잘도 버텨낸다.

 

어제도 오늘도 오가며

내가 그어 놓은

처방전 없는 skid mark

곁눈으로만 쳐다 본다.

 

아스팔트 위

저마다 사연 아픈 skid mark

작은 눈 안 가득 차

이제야 동병상련이라고

얄팍하게 우길 셈인가

 

삶의 차를 운행하며

가슴에 그려진 skid mark

새 포장으로 이미 흔적 없이 사라진

덧칠한 길에도 잘도 찾아내

두고두고 후일담 찬거리였지만

 

남의 가슴에 그려 저지른

skid mark

이 순간도 고스란히

허기져 밥 먹듯

빨간 혓바닥 버젓이 날름거리는데

뻔뻔스럽게 밟고 지나쳤으니

 

왜 못 보았을까?

왜 몰랐을까?

왜 외면했을까?

 

오늘

유난히도 선명이 보이는

그 날의 skid mark

남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깊고 짙은 것 중 빙산의 일각이었으리라 

 

볼 눈 없어  

구도(求道)  채비도 못한 지금

깨달음 없을
텅 빈 깡통을 자꾸 차 본들 무엇하랴

 

삶의 차를 후진 할 수만 있다면

저지른 skid mark

하나씩 찾아내어

용서로 지울 수 있는 길을 찾으련만

 

후진 한들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눈은

어디서 어떻게 고치려나

 

다시 가 본들 비슷한 길 되돌아 온다면

무슨 소용 있을까?

차라리

지금부터나 앞 잘 보고 운전하는 것이

그나마 나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