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며

헤세드다 2009. 5. 26. 11:32

 

 

바보는
남을 속이지 않을 뿐더러 
자신에게는 더 진솔합니다.

 

바보는
험한 길 선뜻 앞장 서며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바보는
허기져 설 기력 없어도
한 술 더 뜨길 마다치 않습니다.

 

바보는
애간장 끊어지는 고통 감내하며
다른이 작은 생채기에 가슴 아파합니다.

 

바보는
힘든 길 우직하게 곧장 나아가며
둘러 가는 편한 길을 외면합니다.

 

바보는
짐진 무게에 두 어깨가 짓눌려도
다른 이의 짐을 기꺼이 들어 줍니다.

 

바보는
자신의 실수에 가혹하고 엄한 잣대를 대지만
다른 이에게는 고무줄 같이 관대합니다.

 

바보는
감정 표현에 해맑고 순수하며
애써 감춰 훗날 등 뒤에 비수를 겨누지 않습니다.

 

바보는
끊임없이 편견에 도전하고 이상향을 추구하며
악습과 타성에 적당히 타협하며 안주하려 않습니다.

 

바보는
바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바보가 있어 행복합니다만
결코 모두가 바보이길 원치않습니다.

 

바보는
참다운 명예를 위해 고귀한 생명 앞에서도 의연하지만
비굴하게
뻔뻔하게
음흉하게
구차스러운 삶과 흥정하려 않습니다.

 

바보는
자신이 바보임을 잘 알고 감추지 않지만
바보 잡는 바보는 그들이 바보임을 깨닫지 못합니다.

어쩌면 바보를 바보로 아는 바보는 행복할 것입니다만
바보이면서 바보인 줄 모르는 바보는 진정 불행한 바보일 것입니다.

다른 하늘이었다면 누가 어리석은 바보같은 삶을 살았는지
서로 다른 하늘을 보고서야 서로 달리 깨달을 것입니다.

 

바보는
생전에 이미 용서의 삶을 사셨고
진정으로 서로 용서하며
용서란 단어가 필요없는 세상이 되길 원하십니다.

 

바보가
바보를 바보스럽게 지키지 못하고
단단하고 차가운 돌덩이에 내동댕이 치고는
이제야 뒤 늦게 회한의 눈물을 흘립니다.

 

바보가
가시는 길에 또 다른 한 바보가
눈물의 노란 장미꽃 잎을 앞서 뿌리오니
한 잎 한 잎 즈려 밟으시며 환한 미소가 되시길 비옵니다
전신의 핏줄기가 모두 끓어 터질 듯한 심정

영전에 하얀 국화 꽃 대신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