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드다 2008. 10. 21. 15:22

 

 

 

거북아거북아

어쩌다!

어린 무순 보다 여린 마음이

얼마나 시달렸어면

소나기 밤새 애타게 문 두드렸건만

화사한 꽃무늬에 주름 잡힌 바질 찾는지

 

거북아 거북아

어떻게!

새색시 같이 곱던 손이

얼마나 애탔으면

귀따갑게 올르 내리는 수 많은 입방아 약들도

가뭄에 논 바닥 처럼 갈라진 그 틈은 다시 돌아 올 줄 모르니

 

거북아 거북아

이렇게까지!

피뢰침 보다 더 높던 존재감이

지렁이 보다 더 바닥을 기었구나

허리는 구순 노인이 웃고

엄동설한 칼 같은 서릿발도 오뉴월 아스팔트 열기도 느낄 수 없는

굳은 발 뒤굽을 배에 붙여 사느냐

 

거북아 거북아

하지만 부러워

창문 하나 없는 창살 속이건만

미로 같은 여섯 창 만들어 어렵사리 속내 비칠 땐

시간도 미안한 마음에 저만치 앞서가는구나

 

거북아 거북아

그렇지!

아무리 삶의 공간이 느려

끝내 덮지 못할 지붕일지언정

한 걸음 한 걸음 모질게 이어가는 뒷 발자국에

그나마 있을지도 모르는 찌꺼기를 찾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