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낙서(洛書)
헤세드다
2008. 9. 24. 22:45
-- 길 --
길이 있어 그리 갑니까?
내 발걸음 닿는 그 곳이 길입니다.
그런데 길이란 무엇이죠?
-- 무제 --
먹구름 산산이 부서져 안개 되듯
가슴에 붙은 추는 비가 오면 녹으려나
애꿎은 바람만 잡아 세우네
--- 여 명 ---
북 서녘 별빛 먹고
눈물 속에 토해 버린
검붉은 핏덩이
여명은 동녘에 눈감아 버렸다.
--- 카네기---
통곡의 수메르
술 취한 카네기
찢어진 애간장
환희의 싸이키(Psyche) 등(燈)
시간의 쓰다듬
-- 폐점 ---
닫는다
닫아야 하나
닫게 만들었나
아니 닫고 말 거야
닫으면 곧 열릴 것을
--- 눈발---
잿빛 하늘이 가당찮게
흰 눈을 낳다니
그 애비 그 자식이로구나
호기심에 밟아 목 조르니
그 또한 잿빛일세
--- 황혼---
서녘 산 떨어져
산산이 터져버린 홍시 하나
종일 굶주린 땅거미 떼지어 몰려 와
아귀처럼 먹어 치니
새카만 배설물로 넘칩니다.
-- 인생--
구비구비 산 주름 넘어
짙은 잔설은
미리 가 본 내 인생길
군데군데 새치도
저 산 어딘가 갈 때 쯤에는
백발로 변하겠지요
--- 플라타너스---
홀랑 벗은 플라타너스에는
약이 바짝 오른 정자(精子) 하나 가득
봄바람 불면 자궁을 향해 가려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 출근길 ---
월요일 출근 차량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 아우성
한 주간의 양식 찾아
제 몫 먼저 챙기려
좌우 없이 앞만 보고 돌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