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유리 벽
헤세드다
2008. 9. 24. 22:28
----- 유리 벽 ----
하늘은 발 아래에 걸려 어둠으로 질퍽대고
땅은 한없이 주저앉기를 마다 않습니다.
가위 눌린 가슴은 숨막힐 듯 답답하여
두 손 벌려 내저어 보지만 닿질 않습니다.
멈추진 시간 사이로 고정된 초점 아래에는
이슬 방울만 말없이 흘러내립니다.
모두의 의미가 머리 풀어 헤치고
연기 되어 슬픔 휘감고 사라집니다.
빈 자리를 보고 또 보며
목소리 귓전에 와 닿을 듯하지만
찬바람 소리뿐입니다.
두 눈 크게 뜨고
그 온기 있을 것 같아 고개 들어 보고 또 봐도
안개 같은 눈물 때문에 흐려져 볼 수 가 없습니다.
그림자 되어 구름에 가려질까
마지막 남은 잎새 되어 가지 흔들릴까
바람에 내던진 연 되어 줄 끊어질까
항상 조바심 갖고 바라만 보았습니다.
빛나던 햇살은 어디로 갔나요?
함께 하지 않았던가요?
모두가 지난 밤의 꿈이었던가요?
생각이 만든 신기루였나요?
유리 벽이 있었음을 왜 몰랐을까?
가로 막힌 것을 모르고
여태 동행했다고 좋아했던가
아니면 알고도 이제야
유리 벽 저편에서 서성이고 있는가?
초라한 모습으로
애꿎은 유리 벽만 뒤흔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