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작은 돌탑들/삶의 노래(詩)
막다른 길
헤세드다
2008. 9. 24. 22:27
---- 막다른 길 -----
꼭 가야 합니까?
아직 채비하지 못해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데
되돌아 가면 안되나요?
흙먼지에 휩싸여
앞이 보이질 않아요
가슴은 피 빛 그물에 쌓여
그토록 아름다웠던 꽃들과 향기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어요
꼭 가야 합니까?
두 다리는 스스로 족쇄 채웠고
짊어진 짐 무게에 눌려
일어설 기력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것만으로 부족하나요?
비록 여기가 끝은 아니지만
무거운 등짐 모두 내리고
주저앉으면 안되나요?
억지로 일으키지 마세요
꼭 가야 합니까?
같이 가기로 했던 이는
내민 손 뿌리 치고 가버려
온기 조차 남지 않았어요
눈 앞엔 햇볕 삼킨 암흑뿐
가야 할 의미는 이미
강물에 던져버렸어요
왜 왔는지 조차 되물어 볼 이유도
상처 속에 넣어 꿰매버렸어요
꼭 가야 합니까?
설령 가야만 하는 길이
걸어온 길 보다 더 나은
보라 빛 향기가 진동한들
떠나간 이 다시 돌아 온다 해도
함께 이 고통 짊질 이 있다 해도
어거지로 나설 수도 없답니다.
뿌리 깊은 고통이 몸부림으로 쌓은
선택 없는 막다른 길임을 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