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드다 2008. 9. 24. 22:23

 

 

 -----눈 내리는 앞산----

서로를 밟고라도 높이들 올라가려고 하는 애타는 마음을 멀찍이서 바라만 본다.
옆에선 겨우 남은 잔설(殘雪) 갖고 서로 내세우며 자랑을 하지만

산에는 서로 푸근히 내뿜는 기운에 () 듯이 뿌옇게 가려만 있다
.
벌거벗은 겨울 나무는 가까스로 붙잡은 눈송이에 어느 모습을 감추었지만

여태도 자랑에 힘껏 뽐내던 소나무는 무게에 짓이겨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밤새 곤히 잠들었던 케이블카는 순식간에 밀려드는 등쌀에 이겨 푸념 소리 끊이질 않지만

잠시 휴식을 가지는 참나무 가지 끝에 얼마 남지 않은 마른 나뭇잎이 내는 잔소리에 미안한

삐이익 끼이익 괴로워하며 게으르고 () 부지런 이들을 태우고 뒤뚱거리며 꾸욱 참고 올라만 간다
.

가지 끝에 매달려 오가는 바람의 소식을 담는 까치집이 정겹기만 하고

눈이 토해내는 눈물(雪水) 소리는 가로 막히는 조각하나 거스르지 않는다
.
튀어 오르기도 솟아오르기도 하지만 뒤이어 오는 식구를 위해 조금도 흩트리지 않고

앞서간 모습 대로 내달리지만 순간도 본분을 잊지 않고 작지만 굽이친다
.

머리카락 사이로 지나가는 차디찬 겨울 바람은 내민 끝을 비웃듯 웃기고 지나가며

사람의 온기를 기다리는 우주관람차는 오늘도 무게에 버릇이 여유만만 하기만 하고

지난날의 그리움에 사무쳐 괜스레 악을 써는 오락실 음악 소리는 녹는 눈도 놀라고 무게에 아직 보속 못한 낙엽 마저 짜증을 낸다
.

모두들 가만히 하얀 이불 덮고 녹는 자그마한 소리를 잊고 바쁜 발걸음 재촉하지만

이내 터질 털북숭이 목련 가지는 벌써 내음의 준비를 마치고 한가로운 눈길을 보낸다
.
구름 새를 비집고 아래에 보이는 평리동 사는 곳이 환하게 밝아 이미 굳어버린 아래 손을 넣어 힘껏 뭉쳐 이유 없이 던져 보고

어차피 남지도 않은 발자국을 찍어 오늘 산과 함께 했음을 마음 옆에 새겨본다
.
이리 녹은 시체는 길을 막아 끝까지 발걸음 더디게 할까?